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 — 가치를 고정하는 세 가지 방식

백화점 상품권이 1만원으로 통용되는 이유는 언제든 1만원어치 물건이나 현금으로 바꿔 준다는 약속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 약속이 의심받는 순간 상품권은 할인 가격에 거래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이 원리를 블록체인 위로 옮긴 것으로, 가격이 1달러 같은 기준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입니다. 이 블로그의 여러 글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합니다. 이 글은 그 글들을 읽을 때 기준이 되는 개념을 먼저 정리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비트코인은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 근처에 머물도록 설계됩니다. 이 글의 관점은 이렇습니다. 안정성은 기술이 아니라 “1달러로 바꿔 주겠다”는 상환 약속에서 나오고, 방식의 차이는 그 약속을 무엇이 뒷받침하느냐에서 갈립니다. 상환 요구가 몰려도 약속을 지킬 수 있으면 가격이 유지되고, 그렇지 못하면 가격이 깨집니다. 가격이 기준에서 벗어나는 일을 디페그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가격이 고정되면 쓸 수 있는 곳이 생깁니다. 거래소에서는 코인 가격을 매기는 기준 통화로 쓰이고, 해외로 돈을 보낼 때는 은행 대신 블록체인을 통해 수 분 안에 옮기는 수단으로 쓰이며, 디파이에서는 변동성 없이 보관하거나 담보로 맡기는 자산으로 쓰입니다. 비트코인이 투자 대상에 가깝다면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와 정산에 가까운 도구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흔들리면 이를 쓰는 서비스 전체가 함께 흔들립니다.

세 가지 방식
첫째는 법정화폐 담보형입니다. 발행사가 달러를 받고 같은 수량을 발행하며, 받은 돈을 은행 예금과 단기 국채 같은 준비금으로 보관합니다. 테더(USDT)와 USDC가 대표적입니다. 약한 고리는 발행사와 준비금을 맡긴 은행입니다. 2023년 3월 USDC가 그 사례였습니다. 발행사 서클이 준비금 약 97억 달러를 여섯 개 은행에 맡겼는데 그중 약 33억 달러가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묶이자 USDC 가격은 0.88달러까지 내려갔고, 사태가 정리된 뒤 1달러 근처로 돌아왔습니다. 가격의 최저점은 보도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둘째는 암호자산 초과담보형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DAI이고, 2024년 8월 운영 조직이 스카이(Sky)로 바뀌면서 USDS가 함께 나왔습니다. 보증금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1달러를 얻으려면 1달러보다 많은 담보를 금고(vault)에 넣어야 하고, 담보 가치가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담보를 처분합니다. 이 방식은 발행사 개인의 신용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덧붙여 두겠습니다. 현재 담보에는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단기 국채 같은 자산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 있고, 구성 비율은 자료마다 달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알고리즘형입니다. 별도의 담보 없이 프로그램된 규칙으로 가격을 맞춥니다. 2022년의 테라USD(UST)는 자매 토큰 루나와 서로 맞바꿀 수 있게 해서, UST가 1달러보다 싸면 차익을 노리는 거래가 가격을 끌어올리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러나 2022년 5월 7일 대규모 매도가 시작되자 이 장치가 거꾸로 작동했습니다. UST는 5월 9일 0.60달러까지, 이후 0.22달러까지 내려갔고 루나는 31달러에서 0.01달러가 됐습니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의 분석은 이 사례를 스테이블코인이 실패하는 과정의 교과서로 다룹니다.

시장과 제도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DefiLlama 집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2026년 6월 12일 기준 약 3,160억 달러이고, USDT가 약 59%, USDC가 약 24%로 둘이 약 83%를 차지합니다. 최신 수치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도 쪽에서는 미국이 2025년 7월 18일 서명한 GENIUS법으로 1:1 준비금, 준비금 구성의 월간 공개, 이자 지급 금지를 정했고 시행일은 2027년 1월 18일입니다. 최종 규칙은 2026년 7월 기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제도화 전 단계입니다.

뉴스를 읽을 때 던질 네 가지 질문
스테이블코인 소식을 읽을 때는 네 가지를 보면 됩니다. 무엇이 가치를 뒷받침하는가, 누가 1달러로 상환받을 수 있는가, 발행사는 어디서 인가를 받았는가, 이자를 주는가입니다. 이 네 질문만 던져도 뉴스의 절반은 해석됩니다.

함께 알아두면 좋은 용어
디페그는 가격이 기준에서 벗어나는 현상이고, 준비금은 상환을 위해 발행사가 쌓아 두는 자산입니다. 초과담보는 빌린 가치보다 더 큰 담보를 맡기는 방식이며, 청산은 담보가 부족해질 때 담보를 강제로 처분하는 절차입니다.

정리하며
세 방식은 “상환 약속을 무엇이 뒷받침하는가”에 대한 서로 다른 답입니다. 이 분류는 설명을 위한 단순화이고 실제로는 섞여 있습니다. 이 개념을 알고 나면 앞서 다룬 「연준의 스테이블코인 규칙안, 돈은 어디로 움직일까」, 「스테이블코인 달러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쟁」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다는 점이 보입니다.

연준의 스테이블코인 규칙안, 돈은 어디로 움직일까

스테이블코인 달러화 — 흔들리던 기축통화의 두 번째 생명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주권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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