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C-20, ERC-721, ERC-1155 — 토큰 표준이 다르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이더리움 위의 토큰이라고 다 같은 토큰이 아닙니다. USDT 같은 코인과 NFT 아트워크는 완전히 다른 규격으로 만들어집니다. 그 규격이 ERC 표준입니다. 지갑에서 어떤 토큰은 숫자로, 어떤 토큰은 이미지 하나하나로 보이는 이유도 결국 여기서 갈립니다.

ERC란
Ethereum Request for Comment의 줄임말입니다. 이더리움 위에서 토큰을 만들 때 지켜야 할 공통 규칙입니다. 이 규칙이 통일되어 있어야 지갑, 거래소, 디앱이 서로 다른 프로젝트가 만든 토큰이라도 똑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표준이 없다면 지갑 개발자는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코드를 짜야 하고, 거래소는 상장할 때마다 별도 검증 작업을 반복해야 했을 겁니다.

ERC-20 — 대체 가능 토큰
1번 토큰과 2번 토큰이 완전히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표준입니다. USDT, USDC, UNI 같은 대부분의 코인이 여기 해당합니다. 지폐와 비슷합니다.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은 다른 만 원짜리 지폐 한 장과 완전히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잔고, 전송, 승인 같은 기본 함수들이 표준화되어 있어서, 새 토큰을 만들 때 이 틀만 따르면 기존 지갑과 거래소가 즉시 인식합니다. 2015년에 제안된 이후 지금까지도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입니다.

ERC-721 — 대체 불가능 토큰
각 토큰마다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는 표준입니다. NFT가 이 방식입니다. 같은 컬렉션 안에서도 1번과 2번은 서로 다른 이미지, 다른 속성을 가집니다. 부동산 등기와 비슷합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101호와 102호는 서로 다른 자산입니다. 각 토큰에는 고유한 토큰 ID가 부여되고, 그 ID에 연결된 메타데이터(이미지, 속성, 소유권 이력)가 별도로 관리됩니다. 2017년 크립토키티가 이 표준을 대중화시켰고, 이후 예술품, 게임 아이템, 멤버십, 티켓 발행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ERC-1155 — 멀티 토큰
하나의 계약 안에서 대체 가능 토큰과 대체 불가능 토큰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표준입니다. 게임 아이템에 자주 쓰입니다. 같은 종류의 물약 100개는 서로 동일하게(ERC-20처럼), 전설 등급 무기 하나는 유일하게(ERC-721처럼) 취급할 수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토큰을 한 번에 여러 개 전송할 수 있는 배치(batch) 기능이 있어, 거래를 여러 번 나눠 처리할 때보다 가스비도 크게 절약됩니다. 대형 게임사들이 아이템 생태계를 온체인으로 옮길 때 이 표준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세 표준을 실제로 구분해보면
지갑에 있는 이더리움이나 USDC 잔고가 “1.5개”처럼 소수점으로 표시되는 건 ERC-20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NFT 갤러리에 뜨는 이미지들은 “1개, 2개” 식으로 정수 단위이면서 서로 다른 그림으로 표시되는데, 이게 ERC-721의 특성입니다. 게임 인벤토리 안에서 물약과 무기가 한 화면에 섞여 표시되고 물약은 개수로, 무기는 개별 아이템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면 ERC-1155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며
토큰 표준을 알면 어떤 자산이 서로 교환 가능한지, 어떤 자산이 고유한지 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토큰들이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규칙 위에서 움직인다는 걸 이해하면, Web3 자산을 훨씬 명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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