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해서 이자를 받고 있는데, 그 자산을 또 다른 곳에 예치해서 이자를 한 번 더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리스테이킹이 바로 이 아이디어입니다. 같은 담보를 여러 겹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은 전통 금융에서도 익숙하지만, 온체인에서는 이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스테이킹 복습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더리움을 예치해서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하면 그 대가로 이자를 받습니다. 이게 스테이킹입니다. 검증자들은 블록에 담긴 거래가 올바른지 확인하고, 이 역할을 잘 수행하면 보상을 받지만 부정을 저지르면 예치한 자산 일부가 삭감(슬래싱)됩니다.
리스테이킹이란
이미 스테이킹해둔 이더리움, 또는 그 증표인 유동성 스테이킹 토큰(리도의 stETH 같은)을 다시 다른 프로토콜에 예치해서, 원래 스테이킹 이자에 더해 추가 보상을 받는 방식입니다. 같은 담보 자산을 한 번 더 활용하는 셈입니다. 아이겐레이어가 이 개념을 대중화시켰고, 2024년 출시 이후 빠르게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끌어모았습니다.
왜 이게 가능한가
새로운 블록체인, 오라클 네트워크,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를 만들려는 프로젝트는 원래 자체 검증자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새로 모아야 합니다. 이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초기에는 검증자 수가 적어 보안도 취약합니다. 리스테이킹은 이 문제를 이더리움의 이미 검증된 보안을 ‘빌려 쓰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이더리움에 스테이킹된 자산과 검증자들의 신뢰를 재사용해서, 새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보안을 다시 구축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예치자에게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예치자가 아이겐레이어 같은 리스테이킹 플랫폼에 이더리움이나 유동성 스테이킹 토큰을 맡기면, 그 자산이 여러 개의 능동적으로 검증되는 서비스(AVS, Actively Validated Service)에 동시에 담보로 제공됩니다. 각 AVS는 오라클, 브릿지,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 같은 서로 다른 인프라일 수 있습니다. 예치자는 참여하는 AVS 개수만큼 보상 종류가 늘어나지만, 동시에 각 AVS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슬래싱될 위험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
이자가 하나 더 붙는 만큼 위험도 하나 더 붙습니다. 리스테이킹한 프로토콜에서 문제가 생기면 원래 스테이킹한 이더리움까지 슬래싱당할 수 있습니다. 여러 AVS에 동시에 리스테이킹할수록 잠재적 위험도 누적됩니다. 한 AVS의 코드 결함이나 운영 실수가 다른 AVS와는 무관한데도, 같은 담보 자산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예치자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됩니다. 높은 수익률 뒤에는 항상 그만큼의 리스크가 숨어 있습니다.
전통 금융의 리하이포시케이션과 닮은 점
사실 같은 담보를 여러 번 활용하는 발상 자체는 전통 금융에도 있습니다.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담보를 다시 다른 곳에 담보로 제공하는 ‘리하이포시케이션’이 비슷한 구조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런 담보의 연쇄적 재사용이 위기를 증폭시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리스테이킹이 온체인에서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점은 다르지만, ‘같은 자산이 여러 계층의 위험을 동시에 짊어진다’는 구조적 본질은 비슷합니다. 그래서 리스테이킹 생태계가 커질수록 시스템 전체의 연쇄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계속 논의되고 있습니다.
마치며
리스테이킹은 같은 담보로 여러 겹의 수익을 쌓아 올리는 레버리지형 구조입니다. 이더리움 보안을 재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프로젝트들의 초기 부트스트래핑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시도지만, 겹겹이 쌓인 만큼 한 곳의 문제가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북마크해두세요. Web3와 크립토의 핵심 개념들을 쉽게 설명하는 글을 계속 업로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