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M이란 무엇인가 — 오더북 없이 가격이 매겨지는 원리

지금까지 여러 글에서 “AMM(자동화 시장조성자)”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유니스왑을 설명할 때도, 레이어2가 왜 필요한지 설명할 때도, 최근 SEC의 주식토큰화 혁신면제를 다룰 때도 이 개념이 배경에 깔려 있었습니다. 정작 AMM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정면으로 다룬 적이 없어서, 이번에 제대로 짚어봅니다.

전통적인 거래는 오더북으로 이뤄진다
증권거래소나 대부분의 중앙화 거래소는 오더북 방식을 씁니다. “10만 원에 사겠다”는 사람과 “10만 원에 팔겠다”는 사람의 주문이 쌓여 있다가, 가격이 맞아떨어지면 체결됩니다. 이 방식이 작동하려면 항상 충분한 매수·매도 주문이 쌓여 있어야 합니다. 거래량이 적은 자산은 오더북이 텅 비어 거래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AMM은 사람 대신 수식이 상대방이 된다
AMM은 이 문제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풉니다. 매수자와 매도자를 직접 짝지어주는 대신, 미리 예치해둔 자산 풀(유동성 풀)과 거래하게 만듭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이 ‘상수곱 공식(constant product formula)’입니다. 풀 안에 있는 두 자산의 수량을 곱한 값이 거래 전후로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가격이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풀에 이더리움 100개와 스테이블코인 20만 개가 들어 있다면, 이 둘을 곱한 2,000만이라는 값이 기준이 됩니다. 누군가 이더리움을 사가면 풀 안의 이더리움 수량이 줄어드는 만큼, 곱셈 값을 유지하기 위해 남은 이더리움의 가격이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유동성 공급자라는 새로운 참여자
이 풀을 채우는 사람들을 유동성 공급자(LP)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자신의 자산을 풀에 넣어두고, 그 풀에서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발생하는 수수료를 나눠 받습니다. 은행처럼 예금을 받아 대출해주는 중개자가 없어도, 누구나 자산을 넣어두는 것만으로 시장조성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슬리피지라는 대가
다만 이 구조에는 특유의 단점이 있습니다. 한 번에 너무 큰 금액을 거래하면 풀 안의 비율이 크게 흔들리면서 가격이 불리하게 움직이는데, 이를 슬리피지라고 부릅니다. 풀이 작을수록, 거래 금액이 클수록 슬리피지가 커집니다. 오더북 방식이라면 여러 매도자의 주문가를 순서대로 소진하며 체결되지만, AMM은 하나의 수식이 그 모든 걸 대신하기 때문에 이런 특유의 가격 밀림이 생깁니다.

비영구적 손실도 함께 따라온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위험이 있습니다. 풀에 넣어둔 두 자산의 가격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면, 그냥 지갑에 보유만 하고 있었을 때보다 총자산 가치가 줄어드는 현상이 생깁니다. 이를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이라 부릅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면, AMM의 수식이 자동으로 이더리움을 팔고 스테이블코인을 사들이는 방향으로 풀의 비율을 조정하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자는 이더리움을 계속 들고 있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이익만 얻게 됩니다. 거래 수수료 수익이 이 손실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지가, 유동성을 공급할지 말지를 가르는 실질적인 기준이 됩니다. 앞서 다룬 SEC의 주식토큰화 혁신면제도, 정확히 이 AMM과 유동성 풀 구조를 활용하는 플랫폼에 거래소 등록 의무를 면제해준 조치였습니다.

마치며
AMM은 “사람과 사람을 짝짓는다”는 거래의 오래된 전제를 “사람과 수식을 짝짓는다”는 방식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유동성이 부족해 거래가 멈추던 문제를 해결한 대신, 슬리피지라는 새로운 비용을 만들어낸 셈입니다. 이 트레이드오프를 이해하면, 앞으로 유니스왑이나 토큰화 자산 거래를 다루는 글들이 훨씬 선명하게 읽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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