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DAI-테라 루나는 망하고 DAI는 살아남은 이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DAI는 2017년 출시 이후 이더리움 90% 폭락과 코로나 블랙스완을 모두 견뎌내고 9년째 작동하고 있습니다. 500억 달러를 하루 만에 날린 테라 루나와 무엇이 달랐는지, 그 차이가 온체인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를 어떻게 보여주는지 설명합니다. 2022년 5월 테라 루나 사태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붕괴 중 하나였습니다. 500억 달러가 며칠 만에 사실상 0이 됐습니다. 그 이후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위험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DAI는 그 사태 이후에도 멀쩡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테라 루나가 무엇이었는가
테라 루나를 이해하려면 두 개의 토큰을 알아야 합니다. UST는 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 루나는 UST를 뒷받침하는 담보 토큰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둘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UST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루나를 소각해서 UST 공급을 줄입니다. UST 가격이 1달러 위로 올라가면 루나를 새로 발행해서 UST 공급을 늘립니다. 루나와 UST가 서로를 떠받치는 구조였습니다. 여기서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루나의 가치가 UST 수요에서만 나왔습니다. UST 수요가 줄면 루나 가치도 줄었습니다. 루나 가치가 줄면 UST 페그가 흔들렸습니다. UST 페그가 흔들리면 UST 수요가 더 줄었습니다. 루나 가치가 더 줄었습니다. 이 악순환이 죽음의 소용돌이입니다. 담보 자산이 스테이블코인 자체에만 의존하는 순환 참조 구조였습니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같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DAI는 무엇인가
DAI는 MakerDAO가 만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입니다. 2014년 덴마크 기업가 루네 크리스텐센MakerDAO를 설립했고 2017년 12월 DAI가 처음 출시됐습니다. DAI라는 이름은 중국어 貸에서 왔습니다. 대출 또는 자본 제공을 의미합니다. DAI도 스테이블코인입니다. 1 DAI는 항상 1달러에 고정됩니다. 그런데 DAI를 발행하는 방식이 테라 루나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DAI의 핵심 — 과담보 구조
DAI를 발행하려면 담보를 먼저 넣어야 합니다. 그것도 발행하려는 DAI 가치보다 훨씬 많은 담보를 넣어야 합니다. 1달러 가치의 DAI를 발행하려면 최소 1.5달러 이상의 담보가 필요합니다. 담보 비율이 150% 이상입니다. 이것이 과담보 구조입니다. 처음에는 이더리움만 담보로 받았습니다. 나중에 WBTC, USDC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지금은 미국 국채 같은 실물 자산도 담보로 받습니다. 담보 비율이 150% 아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청산됩니다. 스마트컨트랙트가 담보를 팔아서 DAI를 상환합니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습니다.

테라 루나와 DAI의 결정적 차이
테라 루나는 루나라는 자체 토큰이 담보였습니다. 그 토큰의 가치가 UST 수요에 의존했습니다. 순환 참조입니다. DAI는 이더리움, 비트코인 같은 독립적으로 가치를 갖는 자산이 담보입니다. DAI 시스템이 망해도 이더리움은 남습니다. 이더리움이 가치를 갖는 이유가 DAI 때문이 아닙니다. 순환 참조가 없습니다. 이것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담보 자산이 스테이블코인 시스템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입니다.

DAI가 겪은 위기들
DAI가 9년 동안 순탄하게만 온 것이 아닙니다. 여러 위기를 겪었습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이더리움이 최고가 1,000달러에서 100달러 아래로 폭락했습니다. 담보 자산이 90% 이상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DAI 시스템은 살아남았습니다. 과담보 구조가 그 충격을 흡수했습니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초기 시장이 폭락했습니다. 이것이 더 심각한 위기였습니다. 이더리움 가격이 너무 빠르게 떨어지면서 청산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담보가 0달러에 청산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MakerDAO 거버넌스가 긴급으로 대응했습니다. MKR 토큰을 추가 발행해서 부족한 담보를 채웠습니다. 중앙 통제 없이 토큰 보유자들의 투표로 이것을 해결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DAI의 신뢰가 더 높아졌습니다.

DAI의 현재 규모
2021년 강세장에서 DAI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026년 현재 리브랜딩된 USDS 형태로 210억 달러 이상의 유통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이낸스가 DAI 거래쌍을 USDS로 전환했습니다. 마스터카드가 DAI를 8개 블록체인에서 정산 네트워크에 통합했습니다. 처음에는 실험적 프로젝트였던 것이 9년 만에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일부가 됐습니다.

DAI의 한계도 있다
DAI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DAI 담보 중 미국 국채와 USDC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달러 시스템과 미국 규제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처음에 지향했던 완전한 탈중앙화에서 멀어졌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리고 과담보 구조는 자본 효율이 낮습니다. 100달러의 DAI를 발행하려면 150달러 이상의 담보가 필요합니다. 50달러가 묶이는 셈입니다.

모분과 DAI의 비교
오늘 소개하는 DAI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이 비트모빅 생태계의 모분입니다. 모분도 과담보 구조입니다. 비트모빅을 담보로 넣고 모분을 발행합니다. 담보 비율이 500%로 DAI의 150%보다 훨씬 보수적입니다.
차이가 있습니다. DAI가 이더리움이라는 이미 수천억 달러 유동성을 가진 자산을 담보로 쓰는 반면, 모분은 비트모빅이라는 아직 초기 단계의 자산을 담보로 씁니다. 지금 모분은 DAI가 2017년에 있던 위치와 비슷합니다. DAI가 9년 동안 위기를 겪으며 신뢰를 쌓아온 것처럼, 모분도 시간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DAI가 테라 루나와 달리 9년을 살아남은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담보 자산이 스테이블코인 시스템과 독립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순환 참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위기가 올 때마다 커뮤니티 거버넌스가 대응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RWA가 무엇인지, 현실 자산이 어떻게 온체인으로 오는지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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