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규제 우회 단속의 구조와 한계 — 코인의 국경 이동이 기록된다

한국 정부가 가상자산의 국경 이동을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재정경제부가 10월 7일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12월 3일부터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옮긴 자산의 내역이 한국은행 외환전산망에 통보됩니다. 이 정보는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이 공유합니다. 은행 송금과 달리 외환당국이 거래 흐름을 통합해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조치입니다. 그런데 “국가에 정책이 있으면 개인에게는 대책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어디까지 작동하고 어디서 한계에 부딪히는지, 개인들은 어떻게 움직일지를 사실과 예상을 구분해서 살펴봅니다.

단속의 구조
이번 체계는 두 겹으로 짜여 있습니다. 첫째는 올해 6월 개정된 외국환거래법이 신설한 ‘가상자산이전업무’입니다.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 그리고 국내 사업자와 개인지갑 사이의 이전이 모두 대상입니다. 등록하려면 전산설비를 갖추고, 외국환업무 경력 2년 이상이거나 관련 교육을 이수한 전문인력을 2명 이상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는 특정금융정보법상 트래블룰입니다. 지금까지 100만원 이상 이전에만 적용되던 정보 제공 의무가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이전으로 확대되고, 정보가 빠진 거래는 수취 사업자가 거절해야 합니다. 시행 시기는 보도마다 단계별로 다르게 적혀 있어 확정 일정은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도 아직 입법예고 단계로, 10월 26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규제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야 합니다.

왜 지금 강화되나
배경에는 구체적인 숫자가 있습니다. 5월 정부가 발표한 불법 외환거래 적발액은 약 6,000억원입니다. 온라인 도박 자금 송금이 약 4,000억원, 중고차·부품 수출대금 환치기가 약 2,000억원이었고, 환치기는 해외 무역상에게 가상자산으로 받은 뒤 수수료를 떼고 원화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트래블룰 기준 폐지의 근거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한 이용자가 약 3개월 동안 약 2억원어치 테더를 사서 100만원 미만 단위로 216차례 나눠 내보낸 경우입니다. 국내 가상자산의 해외 유출액도 2023년 상반기 19.7조원에서 2025년 하반기 87.3조원으로 3년 새 약 4배가 됐습니다. 여기에 2027년부터 22% 분리과세가 예정돼 있는데,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거친 거래는 취득가액과 손익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번 보고 체계가 과세 인프라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은 제 해석이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연결해 설명한 것은 아닙니다.

한계
한계는 이미 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첫째, 메타마스크 같은 비수탁형 지갑은 지갑 주인이 본인인지 확인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습니다. 둘째, 해외 거래소의 위험도를 국내 거래소가 각자 판단해야 해서, 같은 해외 거래소 송금이 어떤 거래소에서는 허용되고 다른 곳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셋째, 이 체계는 국내 등록 사업자를 거치는 이전만 포착합니다. 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경로는 구조적으로 이 기록에 잡히지 않습니다. 넷째, 거래 제한이 강해질수록 이용자가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개인의 대책 — 세 갈래로 나눠 보면
개인들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아래는 사실이 아니라 예상이며, 세 부류로 나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첫째, 합법적인 일반 이용자입니다. 보고는 금지가 아니므로 이전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담은 프라이버시와 과세 노출이고, 이 집단에게는 이탈보다 순응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둘째, 국내에 없는 상품을 찾는 투자자입니다. 이미 현실이 된 영역입니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의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 누적 거래액이 2024년 1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약 40억 달러로, 비트코인 무기한선물에 이은 두 번째 규모이며 국내 투자자 약 1,000명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동기는 규제 회피라기보다 국내에서 불가능한 상품에 대한 수요입니다. 셋째, 외환규제나 과세를 피하려는 소수입니다. 이 집단에서 경로 이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대비, 그리고 지켜볼 지표
같은 시기 미국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이번 10월 핀센은 개인지갑 거래에 보고와 신원확인 의무를 부과하려던 규제안을 철회했습니다. 두 나라가 같은 문제를 다른 방향으로 풀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습니다. 12월 3일 이후에는 반기별 해외 출금 통계, 환치기 적발 건수, 국내 거래소의 점유율 변화, 한국 이용자의 해외 DEX 거래량을 지켜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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