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솔라나 L1 전쟁 — 온체인 ‘운영체제’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숫자로 보는 현재 격차
이더리움은 TVL 556억 달러(전체 디파이의 68%), 활성 개발자 31,869명으로 여전히 압도적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솔라나는 TVL 55~63억 달러(2025년 8월 고점 115억 달러에서 52% 급감)로 이더리움에 크게 못 미치지만, 성장 속도는 정반대로 훨씬 가파릅니다. 개발자 수가 연간 83%, dApp 수는 연간 300% 늘었습니다. 흥미로운 역전 현상도 있습니다. TVL은 이더리움이 압도적인데, 실제 주간 DEX 거래량은 솔라나(114억9천만 달러)가 이더리움(76억2천만 달러)보다 많습니다. 자산을 예치해두는 곳은 이더리움이지만, 실제로 활발히 거래되는 곳은 솔라나라는 뜻입니다.

이건 사실 컴퓨터 운영체제 논쟁의 재현입니다
이더리움과 솔라나의 전략 차이는, 컴퓨터 운영체제 역사에서 반복됐던 ‘모듈형 vs 통합형’ 논쟁과 정확히 같은 모양입니다. 이더리움은 모듈형 접근을 택했습니다. 기반 레이어(L1)는 최대한 단순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고, 확장은 그 위에 얹는 레이어2(아비트럼, 옵티미즘 등)에 맡깁니다. 운영체제 커널은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그 위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돌아가게 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대가는 유동성 파편화입니다. 자산과 사용자가 여러 L2에 흩어지면서, 이더리움 생태계 전체의 유동성이 한곳에 뭉쳐 있지 않게 됩니다.
솔라나는 통합형 접근입니다. 하나의 고성능 체인이 모든 걸 네이티브로 처리합니다. 유동성이 파편화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이 속도를 내려면 검증자 수가 적고 하드웨어 사양이 높아야 해서 상대적으로 탈중앙화 정도가 낮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새로운 도전자 — 두 전략의 틈새를 노리다
모나드(Monad)라는 신생 L1이 흥미로운 위치에 있습니다. 이더리움과 완전히 호환되는 EVM을 유지하면서도 병렬 처리로 초당 1만 건 수준의 처리 성능을 내세웁니다. 솔라나처럼 완전히 새로운 언어·개발환경을 요구하는 대신, 이더리움 개발자에게 이질감 없이 느껴지는 빠른 체인이라는 위치를 노리는 전략입니다. 관건은 결국 기술 스펙 싸움이 아니라 전환비용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미 이더리움 생태계에 익숙한 개발자와 자본을, 완전히 새 언어를 배우지 않고도 옮겨올 수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기관 자금은 여전히 이더리움을 선호합니다
블랙록, 프랭클린 템플턴, JP모건 오닉스 같은 대형 기관들은 여전히 이더리움의 안정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앞서 다룬 BUIDL도 이더리움에서 먼저 출시된 뒤 다른 체인으로 확장한 순서였습니다. 기업들이 화려한 신생 데이터베이스보다 오라클이나 메인프레임처럼 느리지만 검증된 인프라를 선호하는 심리와 비슷합니다. 반면 소액·고빈도 거래나 신생 디파이 실험은 솔라나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창시자들의 발언도 흥미롭습니다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솔라나에는 진지한 스마트 개발자 커뮤니티가 있고, 기회주의적 단기 자금이 빠져나간 지금 오히려 미래가 밝아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경쟁자에 대한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입니다. 카르다노의 찰스 호스킨슨은 “솔라나는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지만 이더리움은 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면
‘운영체제’ 자리를 하나가 독식하기보다는, 컴퓨터 산업에서 서버(안정성 중심, 메인프레임·유닉스 계열)와 개인용 기기(속도·비용 중심)가 오랫동안 공존했듯이, 이더리움은 기관 자금과 대규모 자산의 안전한 보관처로, 솔라나는 빠르고 저렴한 실행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의 놀이터로 역할이 갈라져 굳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모나드 같은 도전자는 이 둘 사이의 틈새 — 이더리움 개발자 친화성과 솔라나급 속도 — 를 노리고 있습니다.

마치며
L1 전쟁은 승자독식 게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용도에 맞는 역할 분담으로 수렴하는 중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그 역할 분담의 경계선이 어디서 그어질지는, 앞으로 몇 년간 기관 자금의 이동과 개발자들의 선택이 계속 다시 그려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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