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V란 무엇인가 — 내 거래 순서로 누군가 돈을 버는 방법

디파이에서 스왑을 했는데 예상보다 확실히 불리한 가격에 체결된 경험이 있다면 MEV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가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손해를 볼 수 있는, 블록체인 특유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MEV란
Maximal Extractable Value의 줄임말입니다. 블록 안에 거래를 어떤 순서로 넣을지 결정하는 사람, 즉 블록 생성자가 그 권한을 이용해 뽑아낼 수 있는 최대 이익을 뜻합니다.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은 대기 중인 거래들이 멤풀(mempool)이라는 공개 대기열에 쌓입니다. 누구나 이 대기열을 들여다볼 수 있고, 블록 생성자는 그 안에서 어떤 거래를, 어떤 순서로 블록에 담을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이 권한 자체가 돈이 됩니다.

대표적인 방식 — 샌드위치 공격
누군가 큰 금액으로 토큰을 사려는 거래를 대기열에 올립니다. 공격자의 봇이 이걸 먼저 발견하고, 같은 토큰을 그 거래 직전에 매수해둡니다. 원래 거래가 체결되면서 가격이 오릅니다. 공격자는 오른 가격에 바로 매도해 차익을 챙깁니다. 원래 거래자는 앞뒤로 낀 채로(샌드위치) 원래보다 비싼 가격에 사게 되고, 그 차액만큼 고스란히 손해를 봅니다. 본인은 이런 일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프론트러닝과 백러닝
프론트러닝은 수익성 좋은 거래를 발견하면 그대로 복사해서 더 높은 수수료를 걸고 먼저 실행하는 방식입니다. 청산이나 차익거래 기회를 노리는 봇들이 이 방식으로 24시간 경쟁합니다. 반대로 백러닝은 이미 일어난 거래 직후에 붙어 이득을 취하는 방식입니다. 둘 다 일반 사용자가 만든 거래 기회를 봇이 가로채는 구조라는 점은 같습니다.

MEV는 나쁜 것인가
전부 악의적인 건 아닙니다. 청산 봇처럼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의 부실 채권을 빠르게 정리해주는 역할도 MEV의 일종입니다. 담보 비율이 기준 이하로 떨어진 대출 포지션을 누군가 빠르게 청산해줘야 프로토콜 전체가 부실 채권을 떠안지 않습니다. 이런 활동은 오히려 프로토콜의 건전성을 지키는 데 기여합니다. 반면 문제가 되는 건 샌드위치 공격처럼 일반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입히는 유형입니다. 같은 MEV라는 이름 아래 순기능과 역기능이 함께 섞여 있는 셈입니다.

MEV를 둘러싼 인프라 경쟁
MEV가 큰돈이 되다 보니, 이 이익을 누가 어떻게 가져갈지를 둘러싼 인프라 경쟁도 활발합니다. 플래시봇 같은 프로젝트는 MEV를 완전히 없애기보다, 그 이익이 블록 생성자와 사용자 사이에 좀 더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시장을 설계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거래를 경매 방식으로 처리해서, 봇들이 서로 경쟁하며 얻는 이익의 일부가 원래 거래자에게 환급되는 구조도 실험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자체도 블록 생성 과정을 제안자와 빌더로 분리하는 PBS(Proposer-Builder Separation) 구조를 도입해, MEV로 인한 중앙화 압력을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대응 방법
일부 지갑과 DEX는 MEV 보호 기능을 제공합니다. 거래를 공개 멤풀이 아니라 비공개 경로(프라이빗 트랜잭션)로 보내 봇이 미리 볼 수 없게 하는 방식입니다. 플래시봇 프로텍트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슬리피지(허용 가격 오차)를 너무 크게 설정하지 않는 것도 기본적인 방어입니다. 슬리피지 폭이 넓을수록 샌드위치 공격이 파고들 여지도 커집니다.

마치며
MEV는 블록체인이 투명하다는 바로 그 특성에서 생기는 그림자입니다. 모든 거래가 대기열에서 공개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편의성과 취약성을 동시에 만듭니다. 큰 금액을 거래할수록, 그리고 슬리피지 설정에 소홀할수록 이 그림자에 걸릴 확률이 올라간다는 점을 기억해둘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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