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라는 이름은 제재, 기소, 재판 같은 단어와 함께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개발자가 법정에까지 서게 됐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토네이도 캐시를 처음 접하는 분을 위한 개념 설명입니다. 서비스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고, 실제 이용 방법은 다루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은 왜 ‘유리 지갑’인가
은행 계좌의 거래 내역은 본인과 은행만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이더리움 같은 공개 블록체인에서는 모든 거래가 누구나 볼 수 있는 장부에 기록됩니다. 이름이 적히지는 않지만 지갑 주소가 적힙니다. 문제는 이 주소가 누구의 것인지 한 번 알려지는 순간 생깁니다. 예를 들어 거래 상대에게 내 지갑 주소를 알려주면, 그 주소의 과거 거래와 보유 자산까지 모두 보게 되는 셈입니다. 명함 한 장에 내 통장의 전체 거래 내역이 붙어 있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투명성은 블록체인의 장점이지만, 개인에게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됩니다.
토네이도 캐시의 원리: 같은 금액을 섞는 금고
토네이도 캐시는 2019년 이더리움 위에 배포된 믹싱(mixing) 서비스입니다. 원리를 비유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여러 사람이 정해진 같은 금액을 하나의 공용 금고에 넣습니다. 나중에 각자 다른 주소에서 같은 금액을 꺼냅니다. 외부에서 보면 어떤 입금이 어떤 출금과 짝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입금과 출금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입니다. 핵심 기술은 영지식증명입니다. 입금할 때 받은 비밀 영수증을 보여주지 않고도 “나는 이 금고에 입금한 사람 중 한 명이다”라는 사실만 증명하는 방식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비수탁형이라는 점입니다. 금고를 운영하는 회사가 자금을 맡아두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컨트랙트라는 프로그램이 이 역할을 합니다. 이 컨트랙트는 한 번 배포되면 수정하거나 멈출 수 없도록 설계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익명성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도 알려져 있고, 이를 추적하는 연구도 활발합니다.
누가 왜 쓰는가: 프라이버시와 자금세탁의 양면
토네이도 캐시를 옹호하는 쪽은 정당한 프라이버시 수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급여, 후원금, 기업 거래처럼 상대에게 전체 자산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경우입니다. 반면 같은 기능이 범죄 자금의 흔적을 지우는 데도 쓰일 수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토네이도 캐시가 70억 달러가 넘는 가상자산 세탁에 쓰였고, 그중에는 2022년 로닌 브릿지 해킹으로 탈취된 북한 라자루스 그룹의 자금 수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재무부의 주장이며, 같은 도구가 양쪽 용도로 모두 쓰였다는 것이 이 논쟁의 출발점입니다.
제재에서 재판까지
흐름을 연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2년 8월 미국 재무부 OFAC은 토네이도 캐시 관련 주소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2024년 5월 네덜란드 법원은 공동 개발자 알렉세이 페르체프에게 징역 64개월을 선고했고, 그는 항소했습니다. 2024년 11월 미국 제5순회항소법원은 변경이 불가능한 스마트컨트랙트를 제재 대상인 ‘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 뒤인 2025년 3월 OFAC은 제재를 해제했습니다. 2025년 8월에는 공동창업자 로먼 스톰의 미국 1심에서 무허가 자금이체업 공모 혐의만 유죄로 판단됐고, 나머지 두 혐의는 배심원단이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재심은 2027년 4월로 연기된 상태입니다.
왜 중요한 사건인가
제재가 풀렸어도 서비스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온체인 분석 업체 아캄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컨트랙트에 담긴 자산은 10억 달러 이상입니다. 한번 배포된 코드는 누구도 끌 수 없다는 설계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질문이 법정으로 옮겨갔습니다. 도구를 만든 개발자는 그 도구가 어떻게 쓰이든 책임을 지는가, 아니면 어디까지가 제작이고 어디부터 운영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이 쟁점은 스톰 재판 글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정리하며
토네이도 캐시는 공개 장부에 커튼을 치는 도구입니다. 커튼은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데도, 무언가를 가리는 데도 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논쟁의 핵심은 커튼 자체보다, 커튼을 누가 만들 수 있고 그 뒤에서 벌어지는 일에 누가 책임지는가에 있습니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으니 이 질문의 답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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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캐시란 무엇인가 — 블록체인의 ‘유리 지갑’에 커튼을 치는 도구”에 대한 1개의 생각